마이북 문고

학교에 다니고 싶어요

판매가격 분류 문학 > 에세이
저자 최진강 출판사 마이웹
파일유형 PDF 등록일 2014-12-22
URL http://my-book.co.kr/ebook/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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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기억에서도 아련한 진강이와 함께 했던 시간이 새삼 떠오릅니다.
그 해 유난히도 사건 사고가 많았고 선생님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이런저런 말썽을 피우곤 했습니다. 유리창이 깨지는 일도 다반사였고 급우들끼리 다툼을 벌이거나 심지어 편의점에서 담배를 훔치고 어떤 학생은 거치대 잠금장치를 파손한 채 자전거를 가져가서 경찰들이 찾아오기도 했습니다. 진강이의 문제는 아주 일부분이었죠. 그 중에서도 진강이는 또래들보다 키가 크고 목소리가 우렁차서 작은 움직임에도 유난히 눈에 띄는 아이였고 작은 아이들하고 자주 어울리는 모습이 어색하고 걱정스러웠습니다. 게임 중독에 정서가 불안했던 진강이는 수업중 집중력 부족으로 계속 지적을 받고 친구들과 다툼도 잦아지며 점점 문제아라는 인식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상담과 벌점을 반복하였지만 다시 안 그러겠다는 약속도 잠시일 뿐 매번 문제는 다시 일어나곤 했습니다. 결국 불장난으로 진강이는 학교를 스스로 그만두고 부모님과 의논하여 중국유학의 길을 택하였는데 저는 일 년에 한 번 정도 잊지 않고 연락을 주시는 진강이 어머님의 말씀만 듣고 잘 지내는 줄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진강이의 글’을 읽고 약간의 충격과 더불어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덩치는 산만한 아이지만 아이는 아이인 것을! 그렇게 힘든 나날을 보냈다는 것을 깨닫고 나니 함께 하지 못한 시간과 도와주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가슴이 답답했습니다. 먼 이국땅에서의 외로움에 괴롭힘까지 당하고 실패한 유학생활에 상처만 입은 채 돌아와 방황하던 시간들은 어쩌면 지금의 진강이를 만나기 위한 커다란 가르침이었을까요?
이제 그런 모든 고난과 암흑 같은 시간을 뒤로하고 새로운 전환점에 서서 힘찬 희망의 닻을 올리는 진강이를 보니 벅찬 마음에 눈시울이 뜨거워집니다. 개구쟁이처럼 뛰어다니던 철없던 아이가 이제 그동안의 어두웠던 슬픔과 고통의 시간들을 발판으로 새로이 탄생합니다. 한편으로 너무 미안하고 한편으로 너무 고맙습니다. 또한 부모님들의 오랜 기다림과 보살핌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냅니다.
얼마 전에 진강이가 부모님과 함께 저를 찾아왔습니다. 키가 훌쩍 커버린 진강이는 마음 속 생각까지 저 높이 자랐네요. 부모님과 함께 진강이를 안으며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했습니다. 어려운 시간을 이겨낸 진강이가 고맙고 참고 인내하며 기다리고 견뎌 주신 부모님이 고맙고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었던 이 순간순간이 모두 고맙습니다. ‘30여년 교직 생활이 그렇게 헛되지는 않았구나.’라는 기쁨까지 가득한 지금 교사로서 너무나 행복합니다.
앞으로는 축복받는 날들이 진강이 앞에 펼쳐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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